민원은 없앨 수 없습니다
10년 동안 센터를 운영하면서 민원이 하나도 없던 달은 없었습니다.
처음에는 전화 한 통에 하루 종일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지금은 좀 다릅니다. 민원 자체를 없앨 수는 없다는 걸 받아들이고 나니, 남는 건 어떻게 다루느냐뿐이더군요.
이 글에는 저희 센터에 실제로 들어오는 민원과 제가 정리한 대응 순서를 적었습니다. 잘한 것만 쓰지는 않았습니다. 초반에 크게 실수했던 것도 그대로 적었습니다.

가장 많이 들어오는 민원 네 가지
| 유형 | 빈도 | 무게 |
|---|---|---|
| 송영(차량) | 가장 많음 | 중간 |
| 식사 | 많음 | 낮음 |
| 비용 | 청구 시기마다 | 중간 |
| 낙상 | 드묾 | 가장 무거움 |
빈도와 무게가 반대라는 점을 먼저 봐주세요. 많이 들어오는 민원과 센터를 흔드는 민원은 다릅니다.
1. 송영 — 시간과 코스
건수로는 이게 압도적입니다.
보호자가 어르신을 모시러 나올 수 있는 시간이 바뀌면 시간을 조정하거나 코스를 바꿔드려야 합니다. 여기가 어렵습니다. 한 분을 바꾸려면 전체를 바꿔야 하는 상황이 생기거든요. 코스는 여러 어르신이 엮여 있어서 한 곳을 건드리면 뒤가 전부 밀립니다.
그래도 최대한 맞춰드리려고 합니다. 안 되는 건 왜 안 되는지 설명드리고요.
도착 시간도 민원이 됩니다. 차가 밀릴 때도 있고 반대로 좀 빨리 갈 때도 있는데, 조금이라도 늦으면 연락이 옵니다. 어르신을 문 앞에서 기다리시게 하는 일이니 보호자 입장에서는 당연합니다.
2. 식사 — “우리 어머니 밥 안 드셨대요”
치매가 있으신 분들은 집에 가셔서 “밥을 안 먹고 왔다”고 하십니다. 그래서 보호자가 저녁을 또 차려드리는 일이 생깁니다.
문제는 실제로는 드셨다는 겁니다. 두 번 드시면 체중이 늘고, 그러면 또 다른 문제로 이어집니다. 그래서 보호자가 “오늘 식사하셨나요?” 하고 확인 전화를 주시는 경우가 자주 있습니다.
저희는 점심과 저녁 식사 후에 사진을 찍어서 며칠 동안 보내드린 적이 있습니다. 며칠이면 보호자가 상황을 이해하십니다. 말로 열 번 설명하는 것보다 사진 한 장이 빠릅니다.
사진을 보내실 때는 다른 어르신이 함께 찍히지 않도록 하세요. 식탁을 찍으면 옆자리가 같이 들어옵니다. 어르신 본인 식판만 찍으시는 게 안전합니다.
3. 비용 — 계약할 때 설명드렸는데도
계약 시점에 아무리 자세히 설명드려도, 막상 첫 청구서가 나오면 물어보십니다.
이건 설명을 안 해서가 아닙니다. 숫자를 눈으로 봐야 실감이 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전화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본인부담금, 감경, 식사재료비, 월 한도액이 섞여 있어서 말로만 하면 오히려 더 헷갈립니다. 보호자 연세가 있으시면 훨씬 어렵습니다.
저는 이걸 민원이라기보다 안내가 부족했던 지점으로 봅니다. 종이 한 장으로 정리해서 드리면 전화가 확실히 줄어듭니다.
4. 낙상 — 건수는 적지만 가장 무겁습니다
낙상은 자주 있는 일이 아닙니다. 그런데 한 번 생기면 가장 무겁습니다.
어려운 점은 원인을 특정하기 어렵다는 겁니다. 집에서 다치신 건지 센터에서 다치신 건지 확인이 안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어르신이 기억을 못 하시는 경우도 많고요.
낙상 민원을 거의 없앤 습관 하나 — 등원할 때 관찰
그래서 저희는 이렇게 합니다.
어르신이 아침에 오시면 먼저 몸을 살펴봅니다. 상처나 멍이 있으면 그 자리에서 사진을 찍고 보호자께 확인을 드립니다.
“오늘 오셨는데 여기 멍이 있으십니다. 혹시 알고 계신 부분인가요?”
이 한 단계가 나중에 생길 분쟁을 거의 없앱니다.
그런데 이걸 센터를 지키려고 하는 걸로만 보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집에서 생긴 상처라면 보호자도 그때 알게 되십니다. 어르신을 지키는 일이기도 합니다.
준비하고 계신 분이라면 이건 첫날부터 넣으시길 권합니다. 나중에 만들려면 습관이 안 잡힙니다. (관련 글: 주간보호센터 개설 전 체크리스트 37가지)

민원이 들어왔을 때 — 제 첫 대응 순서
- 먼저 끝까지 듣습니다. 중간에 설명하지 않습니다
-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말씀드립니다
- 시간이 걸리는 건 걸린다고 말씀드립니다. 언제까지 연락드리겠다고 함께 말씀드립니다
- 잊지 않고 해결합니다
당일에 처리할 수 있는 건 그날 끝내려고 합니다.
이 중에서 제일 중요한 건 3번입니다.
“알아보겠습니다”만 하고 연락이 없으면, 처음 민원보다 두 번째 민원이 훨씬 큽니다. 그때는 원래 문제에 “연락도 없더라”가 얹힙니다. 시간이 필요하면 필요하다고 말씀드리는 게 낫습니다.
커지는 민원과 잘 끝나는 민원, 차이는 하나입니다
숨기는 겁니다.
어르신이 센터에서 넘어지거나 다치실 수 있습니다. 그때 “이 정도면 괜찮겠지” 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있습니다. 상태를 실제보다 가볍게 전하는 경우도 있고요.
보호자가 나중에 알게 되면 그때부터 일이 커집니다. 다친 것 자체보다 숨겼다는 사실이 문제가 됩니다. 초기 신뢰가 깨지기 때문입니다.
이건 제 초반 경험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지금은 조그마한 상처나 낙상이 생기면 바로 보호자께 말씀드립니다. 필요하면 CCTV 영상까지 보내드립니다.
CCTV 영상을 보호자께 드릴 때는 다른 어르신이나 직원이 함께 찍힌 부분을 가려야 합니다. 그대로 전달하면 제3자의 개인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됩니다. 처리 방법이 관계 법령에 정해져 있으니 실제로 제공하시기 전에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반대로, 잘 끝나는 민원
사실대로 말씀드린 경우입니다.
말하기 불편하고 힘들어도 양해를 구하고, 지금 상황을 설명드리고, 이해해 달라고 정중히 말씀드립니다. 시간을 좀 달라고 하고, 해결 방법을 찾아서 처리합니다.
낙상이 있어도 바로 연락드립니다.
“이런 상황이 있었습니다. 지금 걸으시고 겉보기에는 괜찮아 보이십니다. 다만 밤에라도 아프다고 하시면 바로 병원에 가보시고, 잘 관찰해 주세요.”
이렇게 말씀드리면 보호자도 안심하시고, 오히려 더 신뢰하십니다. 저는 이걸 여러 번 확인했습니다.
하면 안 되는 대응 두 가지
첫째, 감정적으로 대하는 것
보호자가 언짢게, 심하게 말씀하실 때가 있습니다. 그래도 감정은 어느 정도 빼야 합니다. 기분이 나빠도 좀 참아야 합니다. 솔직히 별것 아닌 일로 화내시는 분도 계십니다.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보호자도 어르신 돌보느라 힘드시구나. 그래서 그러시는구나. 그렇게 이해하는 편입니다.
둘째, 너무 낮추는 것
이건 의외라고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
죄송한 일이 생기면 당연히 죄송하다고 말씀드립니다. 그런데 어르신을 돌보면서 죄송할 일은 사실 거의 없습니다. 오히려 감사하다는 말씀을 훨씬 많이 듣습니다.
민원이 들어왔다고 계속 죄송하다고만 하면, 센터가 잘못한 게 있는 것처럼 됩니다. 그러면 대화가 사과를 받아내는 자리로 바뀝니다.
중요한 건 사과의 횟수가 아니라 해결을 어떻게 해드리느냐입니다.
정리하면
- 가장 많은 민원은 송영, 가장 무거운 민원은 낙상입니다
- 등원할 때 상처와 멍을 확인하고 사진으로 남기세요. 이게 분쟁을 거의 없앱니다
- 첫 대응은 끝까지 듣기 → 방법 제시 → 걸리는 시간 알리기 → 잊지 않고 처리
- 민원이 커지는 원인은 사고가 아니라 숨김입니다
- 감정적으로 대하지 말고, 그렇다고 계속 낮추지도 마세요
민원은 없앨 수 없습니다. 그런데 다루는 순서가 정해져 있으면 훨씬 덜 무섭습니다.
직원이 안정되면 민원도 줄어듭니다. 이건 따로 정리해 두었습니다. → 직원이 오래 남는 센터의 조건
본 글은 한 센터의 운영 경험이며, 지역과 규모에 따라 사정이 다를 수 있습니다. CCTV 영상 제공, 개인정보가 포함된 사진 전송 등은 관계 법령에 따라 처리 방법이 정해져 있으므로 실제 적용 전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2026년 8월 기준 작성)
글쓴이 · 김주민
사회복지사 · 일반기계기사
기계공학을 전공하고 연구소에서 일하다 2017년 어르신 네 분으로 주간보호센터를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경기 용인 수지에서 53분을 모시고 있고, 2025년부터 복지용구 사업도 함께 하고 있습니다. 10년간 겪은 것들을 이곳에 적습니다. → 소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