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어르신이 서로 싸우기 시작했을 때 — 바둑 한 판이 남긴 것

10년 동안 가장 많이 후회한 일 하나를 먼저 적겠습니다.

저희가 좋은 뜻으로 만든 활동 하나 때문에 어르신 두 분이 다 센터를 떠나셨습니다.


바둑 한 판에서 시작된 일

치매가 있으신 남자 어르신 두 분이 계셨습니다. 두 분 다 프로그램 사이 휴식시간을 심심해하셨습니다. 이야기를 나눠 보니 두 분 다 바둑을 둘 줄 아신다고 하셨습니다.

잘됐다 싶었습니다. 휴식시간에 두 분이 바둑을 두시게 했습니다.

그런데 치매가 있으시니 두는 순서를 서로 잊어버리십니다. “내가 둘 차례다”, “아니다 아까 뒀다” 하는 상황이 반복됐습니다. 게다가 바둑에는 승패가 있습니다. 이기신 분이 지신 분께 감정 상하실 만한 말씀을 하셨던 모양입니다.

그날 두 분이 큰소리를 내며 싸우셨습니다.

문제는 그다음이었습니다. 치매가 있으셔도 서로에 대한 나쁜 감정은 남습니다. 왜 싸웠는지는 잊으셔도, “저 사람은 나쁜 사람”이라는 느낌은 지워지지 않습니다.

그 뒤로는 눈만 마주쳐도 싸우셨습니다. 큰소리가 나고 욕설이 오갔습니다. 직원이 사이에 들어가지 않았으면 몸싸움까지 갈 뻔한 적도 있었습니다.

자리를 바꿔 봤습니다. 차량 노선도 바꿔서 오가며 마주치지 않게 했습니다. 소용이 없었습니다. 매일 반복됐습니다.

결국 두 분 다 다른 센터를 권해 드렸습니다.

한 분만 남기고 한 분만 나가시게 하는 건 도리가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두 분 다 저희가 모시겠다고 계약한 어르신이고, 어느 쪽이 더 잘못했다고 가릴 수 있는 일도 아니었습니다.


어르신들이 모여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주간보호센터 프로그램실
공격적인 행동이 나올 때는 사람보다 환경을 먼저 봅니다. 소음, 자리, 시간대 순서입니다.

저희가 잘못한 것

이 일을 두고 직원들과 정리한 게 있습니다.

잘한 것 — 즉시 분리

싸움이 났을 때 일단 두 분을 떼어 놓았습니다. 감정이 가라앉으실 시간을 드리는 것 말고는 그 순간에 할 수 있는 게 없습니다. 이건 지금도 맞다고 생각합니다.

잘못한 것 — 활동 설계 자체

치매가 있으신 어르신 두 분만 승부가 있는 활동을 하시게 둔 것이 잘못이었습니다.

두 가지를 놓쳤습니다.

  1. 직원이 옆에서 지켜보지 않았습니다. 순서를 잊으실 때 정리해 드리는 사람이 있었어야 합니다.
  2. 승패가 있는 활동을 고른 것 자체가 문제였습니다. 인지가 온전하실 때 즐기시던 것이라도, 지금은 다른 이야기입니다.

그 뒤로 저희는 어르신들끼리만 하는 활동을 하지 않습니다. 모든 활동에 직원이 함께 들어갑니다. 프로그램이 아니라 휴식시간이라도 마찬가지입니다.

바둑을 아예 없앤 건 아닙니다. 다만 어르신 대 어르신이 아니라, 어르신과 직원이 둡니다. 그러면 순서도 정리되고, 승패도 조절됩니다.


직원이 절대 하면 안 되는 것

신입 직원이 가장 많이 하는 실수가 하나 있습니다.

같이 큰소리를 내는 것입니다.

어르신이 소리를 지르시면 반사적으로 목소리가 커집니다. 말리려는 마음에서 나오는 행동이라 나무랄 수만도 없습니다. 그런데 이건 세 가지 면에서 다 손해입니다.

1. 어르신이 더 흥분하십니다. 큰소리는 큰소리를 부릅니다. 진정시키려던 게 불을 더 붙입니다.

2. 이유는 잊고 감정만 남습니다. 치매가 있으시면 왜 화가 났는지는 금방 잊어버리십니다. 그런데 “저 직원이 나한테 소리를 질렀다”는 느낌은 남습니다. 그 순간 한 번 큰소리를 낸 대가로, 그 직원은 앞으로 계속 그 어르신께 거부당하게 됩니다.

3. 지켜보는 다른 어르신들이 그 장면을 기억하십니다. 주변에 다른 어르신들이 계십니다. 직원이 소리를 지르며 대응하는 걸 보시면 직원 전체, 나아가 센터를 다르게 보시게 됩니다. “여기는 어르신한테 소리 지르는 데구나” 하는 인상이 남습니다.

목소리를 낮추는 게 유일한 방법입니다. 어렵지만 그렇습니다.


배회하실 때는 어떻게 하나

공격행동만큼 자주 있는 게 배회입니다.

배회하시는 분들은 대개 “집에 가야 한다”고 하십니다. 망상에 가까운 형태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금 여기가 어디인지, 왜 여기 있는지가 흐려지면서 집으로 가야 한다는 생각만 남습니다.

이때 “여기 계셔야 해요”, “아직 시간 안 됐어요” 하고 붙잡으면 더 심해집니다.

저희는 같이 걷습니다.

센터 바로 옆이 공원입니다. 사회복지사나 제가 어르신을 모시고 공원을 한 바퀴 돌고 들어옵니다. 그러면 많이 괜찮아지시는 경우가 있습니다.

핵심은 두 가지입니다.

  • 안심시켜 드릴 것. 부정하거나 설득하려 하지 않습니다.
  • 밖으로 나가서 같이 걸을 것. 나가고 싶은 마음 자체를 막지 않고, 안전하게 나갔다 들어오는 쪽으로 방향을 바꿉니다.

물론 옆에 공원이 있는 건 저희 센터 사정입니다. 다만 “막지 말고 같이 움직인다”는 원칙은 어디서든 쓸 수 있습니다.


보호자께 어떻게 설명하나

이게 제일 어렵습니다. 숨기면 나중에 더 큰 문제가 되고, 그대로 말씀드리면 크게 놀라십니다.

저희가 하는 순서는 이렇습니다.

1. 먼저 영상을 확보합니다

상황이 반복되면 영상으로 남겨 둡니다. 말로만 전하면 아무리 정확히 전해도 주관이 섞입니다. 객관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자료가 있어야 합니다.

2. 그런데 바로 보여드리지는 않습니다

확보만 해두고 먼저 꺼내지는 않습니다. 보호자께서 궁금해하시거나, 설명을 잘 믿지 못하시거나, 그 밖에 꼭 필요한 상황이 됐을 때만 보여드립니다.

처음부터 영상을 들이밀면 “우리 부모님을 감시했느냐”가 되고, 대화가 아니라 대립이 됩니다.

주의할 점 — 어르신을 촬영해 보관하고 제3자에게 보여드리는 일은 개인정보 문제와 닿아 있습니다. 목적과 보관 범위를 미리 정해 두시고, 가능하면 이미 설치 의무가 있는 CCTV 영상을 근거로 쓰시는 편이 안전합니다. 여러 어르신이 함께 찍힌 영상을 그대로 보여드리는 것도 조심하셔야 합니다.

3. 순화해서, 그러나 사실대로

처음 설명드릴 때는 있었던 상황을 순화해서 객관적으로 전합니다. 감정을 빼고 사실만 말씀드립니다. “어르신이 난동을 부리셨다”가 아니라 “어떤 상황에서 언성이 높아지셨고, 직원이 이렇게 조치했다”로 전합니다.

4. 그리고 질문을 드립니다

여기가 중요합니다. 설명만 하고 끝내지 않습니다.

  • “집에서도 이렇게 흥분하실 때가 있으신가요?”
  • “그럴 때는 어떻게 대처하시나요?”

이 두 가지를 여쭙습니다. 이유는 세 가지입니다.

  1. 집에서도 있는 일인지 아닌지에 따라 원인 판단이 달라집니다.
  2. 가족이 쓰시는 방법 중에 저희가 몰랐던 게 있습니다. 좋아하시는 노래, 특정 호칭, 특정 물건 — 이런 건 가족만 압니다.
  3. 통보가 아니라 상의가 되면서 보호자께서 방어적으로 나오시지 않습니다.

이용 중단은 어떤 기준으로 판단하나

가장 무거운 결정입니다. 저희 기준은 분명합니다.

1순위는 다른 어르신들의 안전입니다.

한 분이 흥분하시고 공격적인 행동을 하시면, 기존에 잘 다니시던 어르신들이 센터 오시는 걸 불안해하십니다. 이게 결정적입니다. 매일 무서운 장면을 보시면서 하루를 보내시게 할 수는 없습니다.

직원이 감당하기 어렵다는 것도 이유가 됩니다. 다만 그건 두 번째입니다.

그 전에 할 수 있는 건 다 해봐야 합니다

앞의 사례에서도 자리 바꾸기, 차량 노선 바꾸기까지 해봤습니다. 그걸 다 해보고도 매일 반복될 때 결정합니다.

절차도 지켜야 합니다

장기요양급여 이용 계약서(표준약관)에 근거가 있습니다.

제6조(계약해지 요건) 제2항제4호

이용계약 시 제시된 이용안내를 ‘갑’이 정당한 이유 없이 따르지 않는 등 서비스 제공에 심각한 지장을 줄 때

제7조(계약의 해지) 제2항

‘을’은 계약해지 요건이 발생한 경우에는 계약해지 의사를 해지안내서 및 관련 증빙서류와 함께 ‘갑’과 ‘병’에게 통보하고 충분히 설명해야 한다.

“통보하고 충분히 설명” 이 부분이 핵심입니다. 그냥 나가시라고 할 수 없습니다. 그동안 어떤 일이 있었고, 저희가 무엇을 시도했고, 왜 어렵다고 판단했는지를 다 말씀드려야 합니다. 그리고 다른 센터를 알아보시도록 안내해 드리는 것까지가 저희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평가와도 연결됩니다

2026년 주야간보호 평가지표에서 배점이 큰 항목들이 여기 걸립니다.

지표배점
19번 노인인권보호6점
21번 위험도평가 (낙상·욕창·인지)6점
17번 소통노력4점
29번 사례관리4점

공격행동이 있으신 어르신은 위험도평가 대상이고, 대응 과정은 인권보호와 직결됩니다. 그리고 보호자와 주고받은 내용은 소통노력과 사례관리 기록이 됩니다.

그날그날 기록을 남겨 두십시오. 나중에 평가 자료를 만들려고 하면 없습니다.


정리

상황대응
어르신끼리 다툼즉시 분리, 감정이 가라앉을 시간 확보
승패 있는 활동어르신끼리만 두지 말 것. 직원이 함께
어르신이 소리를 지르실 때같이 큰소리 내지 말 것. 이유는 잊고 감정만 남습니다
배회막지 말고 같이 걷기. 안심시켜 드리기
보호자 설명영상 확보 → 순화해서 객관적으로 → 집에서는 어떤지 여쭙기
이용 중단 판단다른 어르신 안전이 1순위. 해볼 건 다 해보고
중단 절차표준약관 제7조 — 해지안내서 + 증빙 + 충분한 설명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적겠습니다.

바둑 사건 이후 저는 프로그램을 짤 때 “어르신들이 좋아하실까”만 보지 않습니다. “이게 어긋났을 때 어떻게 되나”를 같이 봅니다. 좋은 뜻으로 만든 활동이 사람을 잃게 만들 수도 있다는 걸 그때 배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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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2026년 8월 기준 실무 경험과 법령·표준약관을 근거로 작성했습니다. 근거는 장기요양급여 이용 표준약관 제6조·제7조, 2026년 주야간보호 평가매뉴얼입니다. 사례에 등장하는 어르신의 신원은 특정되지 않도록 처리했습니다. 치매 증상과 대응 방법은 개인차가 크므로, 구체적인 상황은 담당 의료진 및 이용 중인 기관과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글쓴이 · 김주민
사회복지사 · 일반기계기사

기계공학을 전공하고 연구소에서 일하다 2017년 어르신 네 분으로 주간보호센터를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경기 용인 수지에서 53분을 모시고 있고, 2025년부터 복지용구 사업도 함께 하고 있습니다. 10년간 겪은 것들을 이곳에 적습니다. → 소개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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