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보호센터를 10년 하면서 가장 안타까운 장면이 있습니다.
센터에서 어르신이 넘어져 다치셨는데, 보호자분이 오히려 미안해하시는 것입니다. “저희 어머니가 원래 잘 넘어지셔서요”, “번거롭게 해드려 죄송합니다” 하시면서 병원비를 본인 카드로 결제하고 그냥 가십니다.
그러실 필요가 없습니다. 그런 경우에 쓰라고 기관이 배상책임보험을 들어 둡니다. 계약서에도 적혀 있고, 계약할 때 설명드리게 되어 있는 내용입니다. 다만 계약서 쓰실 때는 정신이 없으셔서 기억에 안 남으실 뿐입니다.
물론 모든 사고가 배상 대상은 아닙니다. 어떤 경우가 되고 어떤 경우가 안 되는지도 계약서에 나뉘어 있습니다. 그러니 따지자는 게 아니라, 되는지 확인은 해보셔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기관은 배상책임보험을 들고 있습니다
「노인장기요양보험법」 제35조의5(보험 가입) 입니다.
① 장기요양기관은 종사자가 장기요양급여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수급자의 상해 등 법률상 손해를 배상하는 보험(이하 “전문인 배상책임보험”)에 가입할 수 있다. ② 공단은 장기요양기관이 전문인 배상책임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경우 그 기간 동안 해당 장기요양기관에 지급하는 장기요양급여비용의 일부를 감액할 수 있다.
여기서 정확히 짚고 갈 게 있습니다. 조문은 “가입할 수 있다”입니다. 법적으로 강제되는 의무는 아닙니다.
다만 같은 법 시행규칙 제27조의4를 보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공단은 장기요양기관이 전문인 배상책임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경우 그 기간 동안 해당 장기요양기관에 지급하는 장기요양급여비용을 100분의 10의 범위에서 감액하여 산정할 수 있다.
안 들면 수가를 최대 10% 깎습니다. 기관 수입의 10%는 감당할 수 있는 금액이 아닙니다. 그래서 사실상 모든 기관이 가입합니다.
결론은 이렇습니다. 부모님이 다니시는 센터는 거의 확실히 배상책임보험에 가입돼 있습니다. 궁금하시면 그냥 물어보셔도 됩니다. 실례가 아닙니다.
계약서 제18조에 이미 적혀 있습니다
장기요양급여 이용 계약서는 표준약관을 씁니다. 어느 센터를 가셔도 조문 번호와 내용이 거의 같습니다. 그중 제18조가 배상책임입니다.
제18조(배상책임) ① ‘을'(기관)은 다음 각 호의 경우에는 ‘갑'(어르신) 또는 ‘병'(보호자)에게 배상의무가 있으며 배상책임은 관계규정에 따른다.
집에 계약서 사본이 있으실 겁니다. 계약할 때 각각 1부씩 보관하게 되어 있습니다. 한번 꺼내서 제18조를 보십시오.

배상되는 경우 · 안 되는 경우
제18조는 양쪽을 다 정해 놓았습니다.
기관이 배상해야 하는 경우 (제1항)
| 내용 | |
|---|---|
| 1호 | 장기요양요원 또는 기관의 고의나 과실로 어르신을 부상케 하는 등 건강을 상하게 하거나 사망에 이르게 했을 때 |
| 2호 | 종사자의 학대(「노인복지법」상 노인학대 및 금지행위)로 건강을 상하게 하거나 사망에 이르게 했을 때 |
| 3호 | 시설장비 또는 시설관리가 부실하여 부상케 하거나 사망에 이르게 했을 때 |
| 4호 | 보호 중 상한 음식을 제공하는 등 건강을 상하게 하거나 사망에 이르게 했을 때 |
3호를 눈여겨보십시오. 직원이 뭘 잘못하지 않았어도, 시설이나 장비 관리가 부실해서 다치셨으면 기관 책임입니다. 미끄러운 바닥, 헐거운 손잡이, 낡은 의자 같은 것입니다.
기관에 배상을 요구할 수 없는 경우 (제2항)
| 내용 | |
|---|---|
| 1호 | 시설 내에서 자연사 또는 질환에 의하여 사망하셨을 때 |
| 2호 | 기관이 선량한 주의의무를 다했음에도 임의로 외출하여 상해를 당했거나 사망하셨을 때 |
| 3호 | 천재지변으로 상해를 당했거나 사망하셨을 때 |
| 4호 | 어르신의 고의 또는 중과실로 상해를 당했거나 사망하셨을 때 |
즉 모든 사고가 기관 배상은 아닙니다. 지병으로 쓰러지신 경우, 천재지변, 어르신 본인의 중과실은 제외입니다.
다만 실무에서 대부분의 낙상은 1호 또는 3호에 걸립니다. “어르신이 원래 잘 넘어지셔서”는 4호의 ‘고의 또는 중과실’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잘 넘어지시는 분일수록 기관이 더 주의했어야 하는 쪽에 가깝습니다.
실제로 이렇게 처리됩니다
저희 센터에서도 보험 처리를 한 적이 있습니다. 순서 그대로 적겠습니다.
어르신이 소파에서 미끄러지셨습니다. 고관절이 골절됐습니다. 고관절 골절은 어르신께 굉장히 큰 사고입니다. 바로 119를 불러 병원으로 모셨습니다.
그다음부터가 보험 절차입니다.
1. 기관이 보험사에 접수
보호자가 하시는 게 아니라 기관이 합니다. 사고가 나면 기관이 보험사에 접수를 넣습니다.
2. 자료 제출
접수하면 보험사가 자료를 요구합니다. 저희가 낸 것들입니다.
- 사고 당시 CCTV 영상
- 사고 당일 근로자 근무기록 (누가 근무했는지)
- 사고 당일 출석 어르신 명단
- 사고 경위서
여기서 CCTV가 핵심입니다. 어떻게 넘어지셨는지가 영상에 남아 있어야 과실 판단이 됩니다. 장기요양기관은 CCTV 설치와 60일 이상 보관이 의무이고, 사고가 나면 이 영상이 어르신과 기관 양쪽을 지켜 줍니다.
3. 손해사정사 배정 → 보호자에게 연락
접수가 되면 보험사가 손해사정사를 배정합니다. 이분이 보호자분께 직접 연락합니다. 여기서부터는 기관이 아니라 손해사정사와 보호자가 이야기하게 됩니다.
4. 치료비는 보호자가 먼저 냅니다
이 부분을 모르시면 당황하십니다. 치료비는 우선 보호자분이 지불하십니다. 병원비를 그때그때 보험사가 내주는 방식이 아닙니다.
대신 영수증을 다 모아 두십시오. 나중에 전부 합산됩니다.
5. 합의
치료가 어느 정도 마무리되면 합의 단계로 갑니다. 손해사정사가 그동안 들어간 치료비를 전부 합산하고, 여기에 위로금을 더해서 합의금을 제시합니다. 합의하면 종결됩니다.
6. 종결 전 기관 확인, 그리고 기관부담금
합의를 종결하기 전에 손해사정사가 기관에 보고하고 기관 서명을 받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한 가지가 있습니다.
기관부담금(자기부담금)은 기관이 직접 보호자께 보내드립니다.
보험 계약에는 기관이 부담하는 몫이 정해져 있습니다. 그 금액만큼은 보험사가 아니라 기관이 따로 보호자 계좌로 송금합니다. 보험금과 별개로 들어오는 돈이니, 입금이 두 번 나뉘어도 이상한 게 아닙니다.
보호자가 하실 일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 미안해하지 마십시오. 그러라고 있는 보험입니다.
- 센터에 “이거 보험 처리가 되는 사안인지 확인해 주시겠어요?”라고 물어보십시오. 무조건 접수해 달라고 하시는 것보다 이쪽이 낫습니다. 앞에서 보셨듯 배상 대상이 아닌 경우도 있고, 판단은 기관과 보험사가 자료를 보고 하게 됩니다. 확인을 요청하시면 기관이 검토해서 접수 여부를 알려드립니다.
- 치료비 영수증을 전부 보관하십시오. 약값, 통원 교통비까지 챙기시면 좋습니다.
- 손해사정사 연락을 기다리십시오. 배정되면 그쪽에서 연락이 옵니다.
- 합의 전에 금액 내역을 확인하십시오. 치료비 합산 + 위로금 구조입니다.
- CCTV 영상 보관을 요청하십시오. 보관 기간이 지나면 지워집니다. 사고 직후에 말씀하시는 게 안전합니다.
반대로 하지 않으셔도 되는 것 — 치료비를 그냥 떠안기, 센터에 사과하기, “괜찮다”고 넘어가기.
센터를 운영하시는 분께
몇 가지만 짚겠습니다.
계약할 때 제18조를 실제로 설명하셔야 합니다. 표준약관 마지막에 「확인 및 동의」란이 있고, 첫 번째 항목이 “계약서 작성 시 중요한 사항에 대해 충분히 설명해 주었습니다(계약내용, 기간, 비용, 손해배상책임, 개인정보보호, 서비스 내용 및 이용방법 등)” 입니다. 손해배상책임이 명시적으로 들어가 있습니다.
사고가 나면 자료부터 확보하십시오. CCTV 영상, 그날 근무기록, 출석 명단, 경위서. 나중에 모으려면 없습니다.
보험 접수를 미루지 마십시오. 보호자가 먼저 치료비를 부담하고 계신 상태입니다. 접수가 늦어지면 그만큼 그분 부담이 길어집니다.
그리고 이건 평가와도 연결됩니다. 2026년 주야간보호 평가지표에서 21번 위험도평가(낙상·욕창·인지) 6점, 10번 낙상예방 환경조성 4점입니다. 배점이 큰 항목입니다. 사고 예방과 사고 후 처리 기록이 그대로 평가 자료가 됩니다.
정리
| 질문 | 답 |
|---|---|
| 기관이 보험을 들고 있나? | 법 제35조의5는 “가입할 수 있다”지만, 미가입 시 수가 10% 감액이라 사실상 전부 가입 |
| 근거 조항은? | 계약서(표준약관) 제18조 배상책임 |
| 어떤 경우 배상되나? | 종사자 과실 / 학대 / 시설·장비 관리 부실 / 상한 음식 |
| 안 되는 경우는? | 자연사·질환사 / 임의 외출 / 천재지변 / 어르신 고의·중과실 |
| 접수는 누가? | 기관이 보험사에 접수 |
| 필요한 자료는? | CCTV 영상, 근무기록, 출석 명단, 사고경위서 |
| 치료비는? | 보호자가 먼저 지불 → 합의 때 합산 + 위로금 |
| 기관부담금은? | 기관이 직접 보호자께 송금 |
부모님이 센터에서 다치셨다면, 가장 먼저 하실 말은 “죄송합니다”가 아니라 “이거 보험 처리가 되는지 확인해 주시겠어요?”입니다.
모든 사고가 배상 대상은 아닙니다. 확인해 보니 안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도 물어보는 것과 안 물어보는 것은 다릅니다. 안 물어보시면 되는 경우에도 그냥 넘어가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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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2026년 8월 기준 법령과 표준약관을 근거로 작성했습니다. 근거는 「노인장기요양보험법」 제35조의5, 같은 법 시행규칙 제27조의4, 장기요양급여 이용 표준약관 제18조입니다. 보험 계약 내용과 보상 범위는 기관이 가입한 상품에 따라 다르며, 개별 사고의 배상 여부는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집니다. 실제 사고가 발생한 경우 이용 중인 기관과 해당 보험사에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글쓴이 · 김주민
사회복지사 · 일반기계기사
기계공학을 전공하고 연구소에서 일하다 2017년 어르신 네 분으로 주간보호센터를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경기 용인 수지에서 53분을 모시고 있고, 2025년부터 복지용구 사업도 함께 하고 있습니다. 10년간 겪은 것들을 이곳에 적습니다. → 소개 보기